사랑을 나눌 수 있고 발전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광장

-오선녀-

내가 여성모임을 알게 된 것은 약 20년 전 즈음 같다. 공부를 할 때 한두 번 여성모임에 참석 한 적이 있다. 마음이 분주하게 살다보니 관심과는 달리 자주 참석하질 못했다.

난 이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거의 한국인과 접촉이 없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관심이 여성모임에 생겼고 또 여성과 가정상담을 하는 나로서는 독일인의 그리고 다른 외국인의 문제를 다루면서 한국인들의 생활에도 관심이 생겼다. 내 직장을 통해 내게 오는 사람들은 90년대에는 약 75%가 독일인이었고 외국인들 중에서는 터키인들이 많았고 그 나머지는 동유럽 사람들, 소련, 폴란드, 유고, 필리핀, 타이랜드,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등의 사람들이었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상담대상자 중 독일인들의 수는 줄어들고 이제는 60% 정도의 상담대상자들이 외국인들이다. 한국인들의 수는 아주 적은데, 아마 이민을 온 유형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는 다르고 (예: 간호사) 또 문제가 있으면 해결방책이 다르고, 이런 상담소에 온다는 것이 한국인에게는 아직도 생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든다.

 내 직장에서의 상담내용에서 특히 외국인여성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주는 것은 외국법 제 19조의 조항이다. 이것은 외국인들이 독일배우자와 결혼하면 4년을 함께 살아야 배우자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된 체류허가권을 얻을 수 있다는 조항이다. 만약의 경우 4년 전에 별거를 하면 독일에 머무를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 처한 여성들을 많이 상담 하다보니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심리상담 등도 중요하지만, 이 19조 법 조항이 혼인을 통하여 독일에 온 외국인들이 배우자에 종속된 체류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동안 그들에게 많은 문제를 던져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많은 외국인 여성들이 그들의 배우자가 가정폭력을 행사해도 독일에서 추방되지 않기 위하여 4년 간 폭행을 참고 메어 살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린 1992년에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이 법 조항의 수정을 위한 소그룹을 결성하였다. 우리는 일 주일에 한 두 번씩 만나 토론을 하면서 새 법안을 상정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그리하여 1997년에 연방의회에서 통과, 연방참의회의 승인을 받아 이 법 조항내용이 수정되었다. 이제는 4년이 아니라 2년만 같이 살고 배우자와 별거를 할 경우 독일에 머물 수가 있다.

 난 이 일을 꾸준히 같이 하면서 독일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실행이 되어 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이 법안이 통과되는 데는 5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하였다. 각 정당들이 자기 정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수정안을 만들어 수많은 토론을 하였어야 했다. 특히 그 당시 집권정당인 CDU(기독교민주당)가 법 수정을 반대하였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를 돕는 정당들과 수백 번에 걸친 의견수렴과정을 거쳐야 하였고, CDU 소속인 Rita Suesmuth씨가 하는 여성정치모임을 동원해 도움을 받는 작업도 하였다. 수많은 성명서를 발표, 서명운동, 데모 등을 하여 이 법의 수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론화하다보니 전 독일 차원에서 여성운동으로 번져나갔다. 여기서 나는 민주주의가 이것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나는 동양인으로서는 혼자 이 소그룹에서 일을 하면서 늘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이 그룹에서 같이 일하는 동양인이 있어 서로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했다. 여성모임회원들은 이런 문제들을 다루는 여성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성모임에 나간지는 얼마 안 된다. 늘 참석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여성모임을 지키는 여러 회원들이 꾸준히 만난다는 자체가 큰 성의와 노력임을 느낀다.

 지난 25년 동안 여성모임을 꾸준히 이끌고, 발전시키고 그리고 많은 사회, 정치, 여성 그리고 문화문제들을 다루고, 독일사회에 한국 그리고 독일에 거주하는 한국이주민이 있다는 것도 알리는 데에 많은 이바지를 했다는 것에 감명하고 있다.

 내가 외국, 직장생활에 힘이 들어 허덕이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힘이 안 들겠는가, 그러면서도 끈질기게 대화의 장소를 마련하고 좀 더 낳은 사회, 정치와 공정하지 않은 것들을 해결코자 토론을 하고 시간을 희생하고 하는 것이 내게는 류 관순 여사 같은 여성들이라 생각이 들어 눈이 시큰해진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이런 든든한 여성모임이 서 있다는 것은 25년 동안의 회원들의 성의와 정성인 것으로 나는 안다.

 30년 이상의 독일생활에서 여성모임회원들은 한국인들이 아니고 이제는 지구인들이다. 말, 식생활, 사고하는 방법 등이 자기도 모르게 한-독 문화가 범벅이 되어 엉켜있다.

 나는 여성모임이 우리들의 성장을 위하여 서 있고 서로 사랑을 나눌 수 있고 발전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광장이라고 생각하면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posted by 재독한국여성모임